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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요 분청 차도구전 <안녕을 전하는 마음>

분청에 담긴 아름다운 옛 그림












맥파이앤타이거의 세번째 스페셜오더, 상명요작가님의 차도구전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마쳤습니다. 숨가쁘게 돌아갔던 이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디서부터 돌아보면 좋을까요. 아, 맥파이앤타이거와 상명요 작가님과의 첫만남부터 꺼내보는것이 좋겠군요.






아름다운 그림에 매료되어 시작된 관계
상명요 작가님과의 인연은 20년쯤 부터 이어집니다. 맥파이앤타이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박람회에서 작가님을 처음 마주했어요. 그때의 기억으로는 백자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주로 하셨는데, 작가님의 그림이 아름다워 한참을 서서 여러가지 질문을 했던 것 같아요.



그 뒤로도 박람회에 나오시면 인사드리기도 하며 연락을 이어오다가 <호작도 잔과 받침> 을 함께 제작하며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뵀을 때에는 이제 막 독립해서 작업을 시작하시던 시기였고, 저희도 크게 다를바 없어서.. 동료의식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협업을 준비하면서 경주의 작업실을 찾아갔었는데요. 흙덩이부터 기물이 만들어지기까지 너무나 많은 과정이 필요하더라고요. 작가님의 작업을 잘 소개해야겠다는 사명감 같은게 생겼어요.













맥파이앤타이거가 분청을 다루는 이유
‘한국인이라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분청’이라는 표현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아요. 묘하게도 분청이 주는 투박하면서도 자연스럽고 꾸밈없지만 소박하고, 날 서 있지 않지만 그것으로도 완전한 질감에 저도 마음이 가더라고요. 분청 소재에 민화를 그려넣은 기물을 보고 반했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요. ‘개념없는 직관은 맹목적이고,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다’라는 표현이에요. 분청이라는 질감이 주는 느낌에 민화가 얹어지면서 개념과 소재가 어우러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느낌 덕분에 ‘바라만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라는 소개를 쓸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작업 비하인드
좋아하는 기물과 작업을 소개하는 일은 촘촘하게 즐거웠던 것 같아요. 사진을 촬영하면서도 예쁘다!! 는 말을 몇번이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의미있는 일을 즐겁게, 그리고 건강하게 하는 순간이었어요. 열악한 촬영 환경에서도 최선을 찾아내고, 구도와 빛에 집착하며 촬영했던 이유는 곰곰이 생각해볼만한 지점이에요. 우리는 왜 그렇게까지 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다보니, 사무실에 도착한 차도구의 포장을 하나하나 풀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다가 각각의 차도구가 품고있는 분위기에 한참을 그저 바라만 봤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분청의 고운 빛깔과 별을 흩뿌린듯 크고 작은 점, 기품 있고도 단아한 팔각 시리즈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귀여운 다관에 얹어진 청색 옛 그림들. 지금 돌이켜보면 요 작은 기물에 시선과 마음을 빼앗긴채 준비를 시작했던것 같아요.









작업이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이 기물을 받아보실 분의 마음을 헤아려보았습니다. 고심끝에 고른 나만의 차도구를 만나는 일은 꽤나 역사적인 일이거든요. 저도 나만의 첫 개완을 품에 안고 집에 가져오던 그 날을 잊지 못하고 있어요. 그 만남의 순간을 상상하는 일은 꽤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즐거움을 동력삼아 작업과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매무새를 다듬다보니 어느새 기획전 종료일이 되었습니다.


비하인드의 마지막 질문, 우리는 왜 그렇게까지 했었을까..?에 대해 대답을 해보자면 아마도 우린 이미 마음을 빼앗겨버렸던게 아닐까.. 이 사랑스럽고도 특별한 기물들이 제 집을 찾기를 바라는, 그러니까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이 후기를 읽으시는 여러분에게도 안녕을 바랍니다.



Editor 김수진
Photo 김수진, 김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