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달라진 것은 한 아기를 만나고부터다. 아기를 만날 때마다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헤어지면 찍은 사진들을 보고 또 본다. 자주 만나면 만나는대로, 오랜만에 만나면 당연하게도 아기는 쑥쑥 자라서, 요전번 사진에 찍힌 아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것을 보는 나는 사라지는 것을 향한 슬픔보다, 행복했던 순간을 언젠가는 분명 잊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보다, 오늘 다시 만난 아기에 대한 사랑이 더욱 커다란 것을 느낀다.
벌써 일년 전, 두돌도 되지 않은 아기와 성수티룸을 찾았을 때 찍은 사진을 본다. 걱정했지만 티룸 스태프분들은 아기를 반겨주셨고, 아기는 대견하게도 호호 불어 식혀 주는 쑥차를 제법 달게 삼키며 한 시간 정도 티타임을 즐겼다. 늦은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이 티룸의 통창으로 몸을 길게 누이고 들어올 때, 아기의 손에 무지개가 어린 것을 보고 얼른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방금 지나간 현재와 다정히 작별하는 일이라고. 그렇게 잘 떠나보냄으로써 또다시 찾아오고 거듭 찾아오는 매 순간을 좀더 충실하게 사랑할 수 있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