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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사진에 담긴 것
Date 2023.10. 17 / Editor 버들 (@beoddle)
언젠가 읽었던 사진에 관한 글에서는 사진을 부재의 증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진에 찍힌 것 중에 그 무엇도, 찍은 사진을 보는 지금 그 모습 그 상태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사람들의 사진첩을 넘치도록 채우고 있는 사진에 남아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마음일 것이다. 지금 이 시간이 지나가 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이 순간 느끼는 행복감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기어이 지나가고 사라지는 것이 시간의 숙명임을 알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붙잡고 싶은 마음, 기억의 불완전함을 기계의 힘을 빌어서라도 메우고 싶은 마음 같은 것들. 그렇게 사진에 담긴 외롭고 절박한 마음들을 들여다보면 괜스레 서글퍼져서, 사진을 찍는 일에도 찍히는 일에도 무심하게 지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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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달라진 것은 한 아기를 만나고부터다. 아기를 만날 때마다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헤어지면 찍은 사진들을 보고 또 본다. 자주 만나면 만나는대로, 오랜만에 만나면 당연하게도 아기는 쑥쑥 자라서, 요전번 사진에 찍힌 아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것을 보는 나는 사라지는 것을 향한 슬픔보다, 행복했던 순간을 언젠가는 분명 잊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보다, 오늘 다시 만난 아기에 대한 사랑이 더욱 커다란 것을 느낀다. 

벌써 일년 전, 두돌도 되지 않은 아기와 성수티룸을 찾았을 때 찍은 사진을 본다. 걱정했지만 티룸 스태프분들은 아기를 반겨주셨고, 아기는 대견하게도 호호 불어 식혀 주는 쑥차를 제법 달게 삼키며 한 시간 정도 티타임을 즐겼다. 늦은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이 티룸의 통창으로 몸을 길게 누이고 들어올 때, 아기의 손에 무지개가 어린 것을 보고 얼른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방금 지나간 현재와 다정히 작별하는 일이라고. 그렇게 잘 떠나보냄으로써 또다시 찾아오고 거듭 찾아오는 매 순간을 좀더 충실하게 사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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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닮은 삶’ 은 일상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고 느꼈던 차와 닮은 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글, 이미지, 영상, 사진 무엇이든 좋아요. 이것도 차와 닮은 삶이지 않을까? 라는 작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