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가 메고 온 짐을 내려놓고 영양가랄 것도 없는 수다스러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뿐이다. 그런데 그러고 있노라면 어느새, 색바랜 종이처럼 바스락거릴 것만 같은 몰골을 하고 온 이도, 잔뜩 풀죽어 온 이도, 예민함으로 갑옷을 둘러 신경을 온통 날카롭게 곤두세우고 온 이도, 곧 서로가 오랫동안 알아 왔던, 지켜봐 왔던, 좋아해 왔던, 응원해 왔던 바로 그 사람으로 돌아온다.
자기 자신으로 있는 사람은, 반짝반짝 빛난다. 그렇게 다시 반짝반짝 빛나는 친구들을 보는 행복은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물샘이 간질간질해지는 행복이다. 헤어질 때가 되어 아쉬워하며 돌아가는 길에는 처음에 둘러메고 왔던 짐가방이 한결 가볍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이 잠깐일뿐이라고 할지라도, 또다시 가면을 써야 하고 그 아래 두 눈동자가 매일같은 동공지진에 다시 흐릿해진다고 할지라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에게는 돌아올 이 곳이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