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티룸의 기물들은 작가님들이 제작해 주신 도자기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종종 이가 나가거나 깨지곤 한다. 시간을 돌리고 싶은 찰나의 번뇌를 지나서, 차곡차곡 깨진도자기 보관소에 잘 모셔둔다. 언젠가는 킨츠기 (도자기 수리 공예) 를 배워서 고치겠다는 생각으로.
어느 여름, 상명요 작가님의 작업실에 찾아갔다. 흙 덩이를 물레에 붙여서 컵 모양을 만들고, 잠시 말렸다가 굽을 깎고, 다듬고, 초벌을 구워내고,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고, 유약을 묻혀서 다시 굽는 그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왔다. 촬영일 이후부터, 상명요 작가님의 잔을 사용할 때마다 그림의 요소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호랑이의 무늬부터, 까치의 부리, 소나무의 질감에도 작가님의 손길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프린트가 아니고, 손으로 하나하나 그려낸 그림. 그런 기물이 깨졌는데 어떻게 버릴 수가 있을까.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비하는 내가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정을 알면 사랑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킨츠기를 배우기로 다짐했다. 이가 나간 기물도 이제는 버릴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